전도연·공유 고요한 마음의 흔들림 <남과 여>



흔들 땐 언제고… 

자신의 울타리에 대한 “책임감”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는 이기적인 남자들.

흔들리면 가정까지 버리는 것이, 여자들이라 탓하는 남자들에게 말하고 싶다.

용기 내지 못 할 것이면 애초에 흔들지 마라.

여자는 사랑을 시작하기 전에 고민하고 의심하고, 남자는 고민 없이 사랑에 빠져 돌진하다가 나중에야 그 고민을 하는…

이게 바로 남과 여의 차이라는 걸 보여 주는듯한 전도연·공유 영화 「남과 여」

아이와 가족 때문에 더 슬프고 먹먹함.

스산한 아름다움.

청소년 관람불가가 아니라, 30세 이상. 아니 진짜 성숙한 어른들만이 공감할 수 있는 한국영화.

사랑의 '애매함'을 이렇게 절절하게 담은 영화.

고요한 마음의 흔들림 <남과 여>




이윤기 감독의 정통 멜로 드라마 <남과 여>(2015, 개봉 2월25일)는 제목부터 눈을 훔친다. 군더더기 하나 없이 깔끔한 두개의 어절을 보고 있자면 조사를 사이에 두고 남자와 여자가 마주 보는 듯하다. 나란히 서 있는 모양일 수도 있겠다. 그것이 무엇이 됐든 ‘남과 여’라는 이 짧은 말은 짐작보다 훨씬 많을 그와 그녀의 말들을 상상하게 만든다. 낯선 땅 핀란드에서 우연히 만난 상민(전도연)과 기홍(공유)은 서로에게 맥없이 빠져든다. 그리고 그들은 서울이라는 일상의 공간에서 재회한다. 그럼 이제 이 남자와 이 여자는 어떻게 되는 걸까. 멜로극의 주인공으로 만나 처음 호흡을 맞춘 전도연과 공유에게 <남과 여> 속 남자와 여자의 미래에 대해 물었다. “멜로 장르에서 어쩌면 감독보다 더 의지하게 되는 게 상대배우다. 전도연 선배와 함께한다면 내가 인위적으로 뭘 더 만들지 않아도 자연스레 기홍의 캐릭터에 녹아들 수 있을 것 같았다”는 공유, “나는 감정이 극명하게 드러나는데 공유는 따뜻하면서도 한순간 차분해지는 면이 있다. 촬영하면서 그런 게 되게 부러워지는 순간이 있었다”는 전도연. 서로의 좋은 면면에 의지해 <남과 여>를 완성했다. 영화를 통해 같은 방향의 사랑을 꿈꾸고 돌아온 두 배우의 이야기를 지면에 옮긴다.

사랑에 관해서라면, 마땅히 전도연에게 물어야 했다. 스크린의 전도연은 사랑의 기척을, 감정의 행간에 묻어둔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예민하게 읽어내려왔다. “인간은 다 복합적이지 않나. 시나리오를 읽을 때면 활자로는 드러나지 않는 인물의 마음을 느끼게 되니까 그걸 또 표현해보고 싶고. 관객도 함께 느낄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면서.” 사랑을 온전히 믿어서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사랑이라는 게 있을까. 그런데도 영화로든, 책으로든 ‘사랑이 있다’는 걸 확인하고 싶다. 그래서 계속 좇게 된다.” 확신은 없지만 어딘가에 있을 신기루 같은 사랑으로의 출구를 향해 전도연은 무수한 두드림을 이어왔다. 그래서 주저 없이 말할 수 있다. “지금까지 나는 사랑이라는 한 가지 이야기에 꽂혀 그것만 말해온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장르나 인물이 처한 상황 때문에 내가 변신한 것처럼 보여도 결국 내가 한 이야기는 사랑이었다 .”(한 예로 <피도 눈물도 없이>(2002) 때도 전도연은 액션 누아르물 속의 ‘수진’이라는 인물에 앞서 멜로의 감성을 지닌 ‘수진’ 역에 대해 말했다.)

<남과 여>에서 전도연이 연기한 상민 역시도 사랑 앞에 무력하다. 전도연은 “연기한 역할 중 가장 정적인 캐릭터”라고 말하며 상민을 쉽게 속을 읽을 수 없는 여자라고 말한다. “상민은 삶에 소극적이고 표현하기보다는 안에 담고 있는 게 더 많은 여자다. 차갑고 건조해 보이기까지 한. 인간 전도연과는 성향적으로 많이 달랐다. (<멋진 하루>(2008)와 <남과 여>를 함께 작업한 이윤기 감독은 전도연을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불같은 열정을 지닌 배우’라고 일러준다.) 그런 상민이 되게 매력적으로 보이더라.” 상민은 디자인숍을 운영하며, 남편은 정신과 전문의다. 자폐증 아들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으로 아이에게 집착”하는 엄마이기도 하다. 아이의 치료차 방문한 핀란드의 헬싱키에서 그녀는 불현듯 기홍(공유)이라는 유부남과 맞닥뜨린다. 그것을 사랑의 순간이라고 말해도 좋다. “예기치 못한 사고 같은 만남이다. 누구나 한번쯤 예상 밖의 사랑을 꿈꾸지 않나. 핀란드에서의 만남은 상민에게 판타지였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한국에서 기홍과 재회했을 때 상민은 현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전도연은 <남과 여>를 제안받고 어떻게든 상민을 외면해보려 한 때가 있었다. “<하녀>(2010) 촬영 때부터 접한 작품이었다. 이윤기 감독님의 영화적 정서를 지지하지만 사실 엄두가 나지 않아 두세번 고사했다. (기혼 남녀의 사랑이라는 데) 관객이 선입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야기이고 상민을 연기할 때 감정적으로도 쉽지 않아 보였다. 나 자신, 관객에게 상민의 감정을 설득시킬 수 있을까 하는 자신감의 문제도 있었고. 그런데 아무리 밀어내도 자꾸 시나리오가 내 옆에 와 있더라. 운명적인 끌림이었다.”




<남과 여>는 지난해 전도연의 작업들과 하나의 집(集)으로 묶일 만하다. <협녀, 칼의 기억>(2014), <무뢰한>(2014), <남과 여> 순으로 촬영을 거듭하면서 그녀는 장르적 변주 안에서 자기식의 멜로 서사를 다지는 듯 보였다. <무뢰한>으로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돼 평단의 애정 어린 격려를 받기도 했고, <협녀, 칼의 기억>에 쏟아진 아쉬움의 말들을 감내하기도 했다. “‘시나리오를 고르는 내 기준이 뭘까’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더라. 이야기(아마도 영화의 중심 ‘사건’일 것이다) 속의 인물이 아니라 인물의 감정 안에 이야기가 있는 편을 더 선호해왔다. 그 경우에 배우도 연기하기가 쉽지 않고 관객도 인물의 감정을 따라가며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사건 하나에 기대 끝까지 달려가는 스토리텔링보다 전도연은 인물의 내적 여진에 리액션을 하고 그것으로 액션을 만들어가는 데 더 마음이 갔다. 하지만 전도연은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누군가는 나보고 ‘독고다이’라고 하는데 인정한다. (웃음) 그렇지만 배우는 자기 세상에 갇혀 작업할 수 없다. 내가 아티스트는 아니잖나.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되니 올해는 적응을 좀 해보려고 한다. 좀더 이야기에 집중하는 작품을 만나고 싶어졌다. 잘할 수 있을까. 앞으로가 좀 막막하긴 하다.”


푸념과 걱정을 뒤섞어내도 그녀를 아는 사람들은 주저 없이 말할 것이다. 전도연이라면 늘 그래왔듯, 야물딱지게 다 해보일 것이라고. “드라마를 할 것 같다. CF모델로 시작해 TV드라마로 데뷔했던 내게 드라마는 해야 할 숙제였다. 내가 힘든 작품을 즐겨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데, 아니다. 드라마에서조차 영화처럼 힘든 역을 하고 싶지는 않다.” 이 말을 힌트 삼아 그녀의 시도가 어디로 향할지를 가늠해본다. “인물의 감정보다 이야기가 중심에 있다보면 배우는 좀더 소모적으로 쓰일 수 있다. 그때조차도 내가 아직 보여주지 못한 부분이 뭘까를 고민하며 연기해야겠지. 아직 못 해본 이야기가 너무 많다.” 여전히가 아니다. 전도연은 그렇게 끝없이 사랑 앞에서, 영화 안에서 뜨거워지고 싶다.

적요한 마음에 서서히 몰입되다보니 어느새 돌아갈 길이 막막하다. <남과 여>는 고요히 흐르며 격한 결절점들을 만들어가는 사랑영화다. 불륜을 소재로 했지만 치정보다 감정의 묘한 동요에 공을 들였다. 표현이 애매한 남자 기홍(공유)은 선한 본성에 쉽사리 결단을 내리지 못한다.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여자 상민(전도연)은 거듭 숙고하고 나서 어렵게 한 걸음을 내딛는 성격이다. 정서장애 아이를 둔 두 남녀는 핀란드 국제학교 캠핑장에서 우연히 만난다. 폭설로 발길이 묶인 이들은 숲속 산장에서 마음이 이끄는 대로 몸을 맡긴다. 각자 일상으로 돌아간 후 서울의 현실 속에 문득 남자가 나타나자 여자는 내밀한 관능의 동요를 겪게 된다.

숲과 호수와 눈은 영화의 기본적인 무드로 작용한다. 핀란드의 이국적 풍경은 현실의 굴레를 벗어날 수 있는 환상적 무대를 마련한다. 시리게 뻗은 설원은 이들이 품은 내면의 쓸쓸함을 시각적으로 처연히 펼쳐낸다. 눈 덮인 호수 위 빙판을 가로지르듯 둘의 만남은 위험하기도 무모하기도 한 것이다. 남자와 여자는 아이와 가족과 같은 윤리적 올가미에 보이지 않게 묶여 있다. 고독했던 그들은 서로의 공허를 따뜻하고 격렬하게 파고들고자 하는 욕망에서 좀처럼 벗어날 수 없다.

이윤기 감독의 <멋진 하루>에 이어 전도연이 여주인공인 디자이너숍 대표 상민을 맡았다. 데뷔작부터 전작 <무뢰한>, 그리고 <남과 여>에 이르기까지 그녀가 맡았던 캐릭터를 통해 ‘한국 멜로영화사’를 쓸 수 있을 만치, 이번에 소화한 캐릭터도 기존 멜로의 전례를 넘어서는 것이다. 속 깊고 우유부단한 남자 기홍 역의 공유는 성큼성큼 거리를 좁혀오는 제스처와 독특한 템포의 대사로 우아하고도 자연스럽게 캐릭터를 소화해냈다. <과거가 없는 남자> <르 아브르>에서 열연한 핀란드의 국제적 여배우 카티 오우티넨은 전도연과 함께한 영화의 엔딩 신에서 진한 여운을 남긴다. 고요한 마음의 흔들림을 따라가는 아름다운 음악과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연출된 공간들은 오롯이 남자와 여자의 마음에 집중하게 한다. 이윤기 감독의 기품 있는 멜로 <남과 여>는 앙상한 겨울의 사랑영화다. 사박사박 눈 쌓이듯 시리게 젖어들어가는 마음의 애잔한 여로를 따라간다.

일상으로부터의 탈출? 자유에의 열망? 불륜을 어떤 식으로 합리화할 수 있을까. 사랑이라는 감정이 제아무리 숭고하다 해도 윤리와 도덕의 틀 아래에서 자유롭기 쉽지 않다. 이 사랑을 이루려면 반드시 다른 누군가의 사랑을 깨야만 하기에 금기의 욕망이다.

영화 '남과 여'(감독 이윤기, 제작 영화사 봄)는 통속극이다. 가정을 가진 두 남녀가 삶의 무게와 일상의 권태 속에서 서로를 발견하고 빠져든다. 엄밀히 말해 시작부터 잘못된 사랑이다. 그러나 동의할 순 없어도 공감할 수 있다.

핀란드 헬싱키, 아이들의 국제학교에서 만난 상민(전도연)과 기홍(공유)은 먼 북쪽의 캠프장을 향해 우연히 동행하게 된다. 폭설로 도로가 끊기고, 아무도 없는 숲 속의 오두막에서 두 사람은 뜨겁게 교감한다. 

서로의 이름도 모른 채 헤어진 두 사람은 8개월 후 서울에서 재회한다. 기홍은 상민에 대한 감정을 숨기지 않고 적극적으로 다가가고 상민은 기홍의 대시에 망설이게 된다. 그러나 삶의 무게에 지칠 대로 지쳐 있던 두 사람은 서서히 서로에게 스며들며 사랑을 키워나간다.

누구나 예상 가능한 흐름으로 이야기는 전개된다. 낯선 공간에서 호기심으로 만나 교감을 나눈다. 일상으로 돌아와 각자의 삶을 살지만, 우연히 만나 서로에게 깊이 빠져든다. 그리고 어김없이 찾아오는 현실의 벽, 윤리와의 충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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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한 불륜극인 '남과 여'가 누군가의 마음을 홀린다면 이것은 영화가 실어나르는 섬세한 감정선 때문일 것이다. 끌림이라는 정서를 은은하지만 세밀하게 그려내고 있다.

남자와 여자가 서로에게 빠져드는 건 두 가지의 경우로 나눠 볼 수 있을 것이다. 마치 거울을 보듯 서로 닮아서 혹은 서로 다른 차이에서 오는 호기심으로부터 시작된다. 기홍과 상민은 전자의 경우다. 두 사람 모두 홀로 짊어지기 버거운 삶의 무게와 싸우고 있었다.

누군가는 아픈 아이와 아내를 둔 여자와 남자가 현실을 망각한 채 서로에게 탐닉한다는 게 말이 되냐고 비난할 것이다.

그러나 영화는 도덕적 잣대와 윤리의 굴레를 넘어선 남자와 여자의 '감정'에 집중한다. 더불어 주인공의 주변 인물과 상황을 보여주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은 이들을 윤리적으로 옥죄기 위함이라기보다는 기홍과 상민이라는 '인간'을 보여주려는 방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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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에서 자신만의 색깔이 투영된 감성 드라마('멋진 하루'), 절제된 멜로('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를 선보여온 이윤기 감독은 '남과 여'를 통해 자극적 불륜이 아닌 공감 가능한 어떤 사랑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 서울을 벗어난 감독은 이국땅에서 보다 자유롭고 과감하게 두 남녀의 만남과 이끌림을 그렸다. 설사 영화에서만 일어날 수 있는 판타지라 해도 충분히 가슴 설레는 떨림이다.   

영화의 제목인 '남과 여'는 누군가의 남편이자 아내로, 아빠이자 엄마로만 살던 두 남녀가 서로를 만나 비로소 잊고 있던 남성성과 여성성을 되찾게 된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들의 사랑은 스스로에게 가장 솔직해지는 시간이였다고도 볼 수 있다.

전도연은 뛰어난 멜로 배우라는 것을 새삼스레 각인시켜 준다. 엄마에서 여자로, 여자에서 다시 엄마로 귀환하는 과정을 섬세한 내면연기, 깊은 표정 연기로 표현하며 인물의 설득력을 부여한다. 

오랜만에 스크린에 돌아온 공유는 비로소 멜로를 아는 남자 배우로 거듭난 느낌이다. 차분한 목소리와 한층 깊어진 눈빛으로 인물 내면의 고독과 열정을 표현해냈다. 달달한 청춘스타로만 알고 있던 공유의 연기 범위가 액션이나 코미디뿐만 아니라 멜로로까지 확장된 발견의 기쁨이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두 사람의 앙상블이 좋다. 전도연과 공유가 보여준 애절하고 애틋한 감정 연기와 농밀한 애정신이 선사하는 파동이 꽤 크다.   

영화의 끝은 시작처럼 다시 핀란드의 설원이다. 깊은 공허와 외로움을 품은 채 대면했던 두 남녀는 짙은 그리움과 아쉬움으로 같은 공간에 머문다. 아련한 결말이다. 이 사랑, 동의할 수 없어도 공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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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크레딧이 올라가면서 한참을 앉아 있었다.

하루가 지나고 났는데도 영화의 장면 장면이 잊혀지질 않고 더 생생해지는 것 같다.

불륜 미화냐 배불러서 로맨스 타령이냐는 여러 평들을 들었던 차에 기대가 덜했던 탓일까.

훨씬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었고 긴 여운이 남는 영화였다.

그렇다. 남과 여는 단순한 불륜이야기가 아니었다.

남과 여에는 결혼이라는 제도 속에 갇힌 두 남녀가 요동치는 감정과 혼란스러움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사랑에 솔직해지는 과정이 섬세하게 담겨있다. 누군가를 보호해야하고 책임을 느껴야 하는 엄마, 아빠인 성인 남과 여 그들에게도 기댈 곳이 필요했다. 그렇다고 외도가 정당화 될 수는 없다.그래서 이 영화 역시 그보다는 현실과 판타지, 어른들이 갖게되는 용기와 책임.. 에 대한 물음을 거꾸로 관객에게 던지고 있는 듯 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30세쯤으로 연령기준을 높여야 하지 않을까 싶다. ㅎㅎ진짜 어른을 위한 영화이지 싶다. 20대라도 이 정도의 감정선을 다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불륜이라는 소재에 가려진 감독의 섬세한 연출력과 배우들의 호연이 아깝게 느껴졌다.

이윤기 감독의 영화들이 지금까지 지녀왔던 공통점이 그래왔듯이 이 영화 속에도 인간에 대한 예의가 바탕에 깔려 있다. 그의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기기도 하다.

치정극과 살인, 아니면 조폭, 아니면 영웅 한명이 등장하면 끝이나는 자극적인 한국영화 영화 속에서 이렇듯 우리가 내면에 지닐 수 있는 외로움, 연민이나 그리움 등을 세밀히 들여다 보고 표현해내는 영화를 만난 것 자체가 너무나 반가왔다. 빨리빨리가 아니면, 그리고 빨리 웃겨줘, 빨리 울려줘 하는 영화가 아니면 공감이 안되는 팍팍한 세상 속에서 우린 살고 있다. 그래서 이렇게 천천히 감정을 들여다 보고 곱씹어 보는 영화가 불편하고 싫은 것일 것이다.




전도연과 공유는 넘치지도 덜하지도 않게 좋은 연기를 보였다.이번에도 많지 않은 대사로 배우들은 표정으로 눈으로 많은것을 표현했어야 했다. 

멋진하루에서 해질녁 전도연과 하정우가 주차장에 있던 씬의 아름다움을 잊지 못한다.

남과 여에서도 핀란드의 거대한 숲과 하얀 설경, 그위에 서있던 택시와 핀란드 택시운전수와 전도연이 함께 담긴 마지막 장면을 잊지 못할 거 같다. 또한 멋진 하루에서 옅은 웃음을 머금고 운전을 하던 전도연의 야릇한 표정이 압권이었듯이 남과 여에서 눈물을 머금고 운전대를 잡고 달려가는 공유의 마지막 표정이 아직도 아른거린다. 그런 선택을 한 '남'을 여자임에도 불구하고 이해할 수 있을것 같다.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고 산다는 것은 쉽지 않음을...말하고 있다




여자에게 결혼은 남자에게 사랑의 맹세를 받는 날이다. 자신만을 평생 사랑하며 살겠다고 맹세하는 남자에게 자신의 성을 허락하는 날이다. 여자가 성을 경험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소녀에서 숙녀로 성장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여자가 아직 성을 모른다는 것은 어리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여자는 성을 경험한 순간 진짜 여자로 태어나게 되기 때문이다.

여자에게 성은 한 남자의 사랑을 받아들이는 행위이며, 또한 성은 여자의 신체에 많은 변화를 가져오며 또한 성은 여자에게 가장 중요한 선물인 자녀를 선사한다. 흔히 엄마로서의 삶을 여자를 희생하는 것으로 많이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정말 여자를 희생시키는 것은 야속한 세월이지 여자의 사랑스러운 자녀들이 아니다. 자녀가 있듯 없든, 어차피 여자는 세월이 흘러가면 늙고, 여자로서의 성적 매력을 상실해가면, 여자로서의 삶을 살기 어려운 것이다. 그 이유가 절대로 여자가 소중하게 키워가는 자녀들일 수 없다. 자녀들은, 그렇게 여자로서의 삶을 상실해가는 엄마에게 주어지는 위로일 뿐이다.

남자에게 여자의 성에 미치는 본능이 주어졌다면, 여자에게는 성적 본능보다 더 강렬한 것이 바로 자기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다. 이것은, 아이를 키워본 엄마들만 아는, 건강한 본능이다. 물론 아이 때문에 힘들고 고달플 때도 많지만, 밝고 사랑스럽게 커주는 아이들만 바라보면, 그 고단함은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말로 형용할 수 없는 큰 기쁨이 엄마에게 넘쳐난다. 그렇기 때문에 엄마로 산다는 것이 여자를 포기하며 사는 것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사실은, 가장 여자다운 삶을 사는 것을 수도 있다.

누가 봐도 성공한 남자. 그래서 멋지고 여자들에게도 인기가 많았던 남자. 전도연의 남편이다. 그래서 일까. 이 남자 전도연에게 무심해 보인다. 사실 이것이 포인트이다. 여자의 외도 뒤에는 항상 무심한 남편이 있다. 누가 봐도 예쁘고 사랑스러운 여자와 결혼했으면, 그 결혼식장에서 평생 사랑하며 살겠다고 약속했으면, 아내를 사랑하며 살아주면 안되나?

여자는 사랑을 먹고 사는 꽃이다. 남자에게 사랑 받지 못하면, 생기를 잃고 시들어버리는, 사랑을 갈구하며 사는 꽃이 바로 여자이다. 여자가 결혼하는 이유는, 남자가 사랑해주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남자가 그 약속을 잊고 여자를 사랑하는 데에 신경을 쓰지 않으면 여자는 쓸쓸해진다. 사랑 받고 싶은 마음이 외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멋진 남자가 흔들면, 이런 여자는 쉽게 흔들린다. 그 흔들림을 잡아줄 뭔가가 없다면...

대부분의 여자에게 흔들리는 마음을 잡아주는 것은, 남편이 아니라 아이들이다. 남편에게 사랑 받지 못하는 것을, 자녀들을 사랑함으로써 극복해 나간다. 이것이 옛날 어머니들의 모습이었고, 사실 이것이 그리 나쁜 것은 아니다. 사랑 받는 것보다 사랑하는 것이 훨씬 더 즐겁고 기쁜 일이니까



 

그러나 아픈 아들 때문에, 전도연의 마음은 편치 않았다. 자기가 사랑하는 아들이 아프니 온 신경이 아들에게 쓰였기 때문이다. 많은 경우, 이런 엄마는 남자의 유혹에 쉽게 넘어가지 않는다. 아들이 아파서 엄마를 필요로하는 만큼, 엄마의 마음도 더 아이에게 가고, 그래서 딴 생각을 할 여유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남자의 유혹이 우연과 겹치면, 여자가 저항 의지를 상실할 수 있다. 아이 때문에 꾹 눌러온 여자의 성적 본능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여자를 휘어잡기 때문이다. 남편에게 제대로 사랑 받지 못하면서 눌러왔던 여자로서 사랑 받고 싶다는 감정이, 공유의 터치 앞에 그 모습을 드러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남과 여에서 아무리 좋은 말로 공유를 표현해도 공유는 나쁜 놈이다. 공유 자신도 그것을 잘 알고 있고, 누가 이것에 대해 자신을 비판한다면, 묵묵히 그 비판을 감수할 것이다. 전도연에게 나쁜 짓을 했지만, 공유라는 사람 자체는 본성적으로 선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공유의 선택도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딸을 외면할 수 없는 아빠의 마음.. 요즘 같은 시대에 정말 아름답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딸이 그렇게 마음에 걸렸다면, 처음부터 전도연을 건드리지나 말지, 건드려 놓고 무책임하게 우는 남자의 모습이란, 아무리 공유라 해도 쉽게 용서하기 어렵다. 어차피 남과 여에서 공유가 보인 모습은 연기니까, 참 멋지고 슬픈 사랑이야기라고 칭찬할 수 있지만, 현실에서 만약 공유가 이런 짓을 한다면, 그에 분노하지 않을 여자는 없을 것이다. 그런 놈은, 아무리 공유라고 해도 용서할 수 없을 테니까...



령혼™

단상·칼럼·포토에세이·저널리스트 김진철 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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